박서준
이경도 역'경도를 기다리며'는 유독 깊은 감정신이 많았다. "힘주려고 한 신은 전혀 없었다. 나이대별로 상황이 다른데, 힘을 주기 보다는 정말 그 나이대의 경도가 얘기하는 것처럼, 그 감정대로 얘기하고 싶었다. 11화의 감정신을 되게 좋아하는데, 촬영할 때는 진짜 힘들었다. 주인공이 시를 읊조리듯 말해야 하는데, 힘이 들어가면 안되니까 현실적인 연인이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을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지우 역을 맡은 원지안 배우와 이번 작품을 함께 한 소감은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차분했고, 생각보다 훨씬 깊이가 있는 배우였습니다. 특히 목소리 톤이 인상적이었어요. 목소리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성숙함이 있었고, 그게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꼈습니다. 같은 대본을 보고 있으면 상대 배우가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지잖아요. 리허설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그녀만의 표현 방식과 리듬이 분명했고, 그 지점이 제게도 자극이 됐어요.
특히, 서서 오열하는 장면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다는 시청자 평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는 나이대나 상황별로 감정의 결이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했어요. 그래서 각 장면마다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우선적으로 중요했습니다. 신 단위로 봤을 때도 그렇고, 그 나이대에 느꼈을 감정을 그 시기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장면 안으로 들어가면, 저는 '대사를 한다'는 느낌보다 정말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사람이 실제로 말을 할 때는 미리 문장을 다 정해놓고 이야기하지 않잖아요. 몇 마디 하다가 생각이 나서 다시 말하기도 하고,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가게 되죠. 그런데 대사는 이미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는 상태처럼 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마디를 하고 다음 말을 하기까지, 그사이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걸 '호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간을 채우는 호흡 안에서 나오는 미세한 떨림이나 망설임, 생각하는 느낌 같은 것들이 결국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봤어요.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자연스러운 호흡에서 진정성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감정 연기의 중요한 포인트는 '말을 하자'였어요. 모든 대사를 섬세하게 구간별로 나눠서, 각 지점마다 고민하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 사랑의 깊이라는 건 과연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인간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감정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하면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시청률을 떠나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취향이 맞는 분들께는 계속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애착 가는 장면은 엔딩에서 서로 걸어가는 뒷모습이랑 스물여덟의 재회, 일 마치고 지우가 뛰어오면서 저에게 안기는 장면. 유독 둘이 예뻐 보였다.
도파민이 대세인 시대에 하나의 목표로 걸어가는 드라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경도와 지우의 긴 시간을 다루는 서사에 매료됐다. 긴 서사를 다룬 작품이 최근에 없기도 했고, 로맨스 장르물에서도 결이 다른 캐릭터였다. 저의 어떤 모습이 경도에 투영될지 궁금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경험을 깊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사소한 장면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라 오래 회자되면 좋겠다.
한 사람과 세 번의 이별과 만남을 이어가는 복합한 관계성에 공감했나.
첫사랑이 이렇게 지독한 건가 생각해 보긴 했다. 두 인물에게는 운명이었고,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판타지 같겠지만 서로 사랑하니까. (웃음)
"짙은 여운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다. 촬영할 때 몰랐던 것들이 방송을 통해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경도를 기다리며'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가?
"이 드라마를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두 사람의 서사였다. 첫 회부터 둘의 서사가 편집적으로는 왔다갔다 해서 '언제지?' 할 수도 있다. 그게 잘 와닿을까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12부까지 다 보니까 1부의 대사가 다르게 느껴져서 뜯어볼 것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 보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다시 봤을 때 깊이감이 있고 짙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해, 그 시절을 잘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지우를 사랑한다. 지우를 대하는 경도의 마음가짐만은 계속 일관된다.
시청률 떠나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회자가 많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고, 묻힐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건보다 감정에 집중해야 했던, 가장 느리고 섬세한 로맨스
18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가장 중요했고, 그래서 감정 표현에 더 집중하게 됐죠.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물이 어떻게 성숙해지는지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건을 따라가기보다는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정서를 최대한 섬세하고 깊게 표현하려고 했고 시청자분들도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보기보다는 마지막을 보고 다시 처음을 보면 느낌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봤을 때 더 좋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목소리 톤에서 오는 성숙함이 있더라고요. 리허설을 하는데 연기하는 방식이 신선했어요. 내가 리액션을 잘해주면 훨씬 풍성한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쏟아내야 할 순간을 계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감정을 오래 붙들고 가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
박서준은 유달리 '경도를 기다리며' 속 본인의 연기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 순간의 감정이 생각나서 그런 거 같다. 연령대별로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말투, 호흡 등이 중요했던 거 같다
과거든 앞으로의 사랑이든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아요. 그런 의미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게 된다면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을 거 같네요. 시청자가 그렇게 느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성공했다'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두 번의 이별 뒤에도 변함없이 서로를 애틋해 하는 이경도와 서지우의 관계는 '사랑'. 시간이 흐르고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사랑의 형태나 모양이 바뀔 수 있겠지만 경도랑 지우를 보면 그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빼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 같다.
표현은 서툴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큰 이경도에게 공감이 많이 갔다. 이경도로 지낸 1년여의 시간 동안 평범한 한 사람이 긴 시간 내내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것의 특별함을, 따뜻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배웠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고, 사소한 장면들까지도 지나칠 수 없게 만든 서사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훗날 회자가 많이 되는 작품이 되길 바라요.”
모두가 경도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경도를 기다리며'를 사랑해 주시고 그 시간을 함께 걸어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2025년은 경도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경도라는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꾹꾹 눌러 담은 아주 소중한 계절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저는 경도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진심으로 하나도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웃음도, 침묵도, 흔들림마저도 소중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습니다. 경도와 지우가 오랜 시간 쌓아온 계절들은 종영을 맞은 지금, 다시 떠올려보면 천천히 되새길수록 더 깊어지는 이야기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경도를 기다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